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고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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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이었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이하 맘프)」 나편을 수료한 후 오랜만에 치유활동가분들을 뵐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헤이그라운드를 찾아갔다. 긴 시간 ‘치유원리와구조’ 강의를 듣고 꽤 피곤한 상태였는데, 예정에 없던 ‘어르신공감단’ 사전 교육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왠지 오늘 이걸 듣고 가야 할 것만 같았다. 

 

교육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문득 ‘아, 내 부모님도 노인이구나’ 싶었다. 생경했다. 내일모레 아버지가 칠순이고 엄마도 내년이면 환갑인데, 나는 아직 그분들이 노인이라는 실감이 없다. 아직도 난 부모님에게 서운하고 속상하고 억울하다. 가끔은 그 아래 깔려있는 거대한 빚, 미안함이 올라오기도 했다. 언제쯤이면 그 미안한 감정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될까. 아니면 울지 않고 조근조근 말할 수 있게 될까. 아직은 까마득한 느낌이다. 이런저런 개인적인 생각들 속에서 사전교육이 이어졌다. 

 

‘어르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에 대해 얘기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짠하며, 나와 대화가 될까 싶은 마음이 자리 잡았다. 지혜롭고 애정이 깊은 어른에 대한 상상은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았다. 심리적 부채와 공덕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면서도, 심리적 공덕 역시 받은 사람에겐 빚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르신 자살률과  ‘결정적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두근거렸다. 감정을 가진 인간이 살아가는데 산소처럼 필요한 심리적 지원이 있다는 것, 몸도 마음도 상황도 제 마음 같지 않은 어르신들이 그런 이야기를 할 곳이 아무 데도 없을 수 있다는 것이 무섭게 가슴으로 와닿았다. 가난하고 외로운 어르신들은 심리적 부채만 커다랗게 남아 말문이 막혔겠구나. 할 말이 있어도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하고, 늙어서는 엉뚱한 생각만 하고 이상한 소리만 하는 못나게 늙어가는 노친네로 치부되었겠구나. 그게 내 부모의 모습이구나 싶었다.

 

내 부모와 나, 태극기 부대와 나, 벽창호 같은 소리만 해대는 수많은 꼰대들과 나, 이 뒤틀린 관계의 실마리가 ‘미주알고주알’에 있다고 한다. 솔직히 궁금도 했다. 대체 왜 그들은 그렇게 되었나. 어쩌다 그렇게 되었나. 그 궁금함을 실천하는 것- 묻고, 듣고, 말하는 것, 그것이 수많은 고립된 어르신들에게 산소를 공급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문득 그렇게 묻고, 듣고, 궁금해하다 보면 나의 이 오래된 원망도 언젠가는 끝이 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눠본 지 한참이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누어본 기억도 없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묻고, 듣고, 어렵고 어려운 내 이야기를 말해볼 수 있을까. 나의 어른 가족들과 과연? 아직은 자신이 없다. 내게 어르신공감단 활동이나 어르신 구술사의 역할을 할 기회가 실제로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공감단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으로, 어린아이나 외국인의 말을 듣듯 노인의 말을 듣는 연습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글 :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송은미 치유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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