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나누기

|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고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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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서빙 되는 물을 마시는 게 참 어색했다. 식당에서 물을 리필을 해주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물 더 드릴까요?’ 물으며, 컵을 가지고 가서 생수를 채워 주는 치유활동가의 대접은 생전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을 들게 했다. 묘한 느낌에 몇 번 사양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물을 따라주고, 숟가락을 놔 주고, 다 먹은 접시를 들고 가는 게 익숙했다. 사회생활을 잘 하기 위한 조건이었고, 나는 거기에 길들여져 있었다. 얼마 전 계약직을 시작한 친구가 그런 ‘사회활동’을 잘 못했다는 이유로 집단 폭언을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내가 그런 ‘사회활동’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런 프로그램 진행팀의 방식에 불신을 가지기도 했다. 개별적 인간으로서 존엄을 맘껏 느껴보게 하려고 고안되었을 그 규칙은 말 그대로 ‘방침’이었기 때문이었다. 매뉴얼대로 했을 그 행동에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 참여자가 마음에 감동을 할 수 있을지 옅은 냉소를 섞은 것도 같다. 

그런데, 그런 매뉴얼과 진행 방침은 생각보다 훨씬 파장이 컸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치유활동가들의 미소와 환대와 대접이, 놀랍게도 나 자신 스스로 존엄을 느끼게 했다. 환대와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마음으로 느껴졌다. 연봉이 높아서 혹은 똑똑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여기 있기에 나는 이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6주의 과정이 끝난 후 느꼈다. 치유활동가들의 환대는 결코 매뉴얼을 따라 행해진 것이 아니었다. 짧게 느꼈던 그 시간이 끝난 후,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 존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으니 말이다. 일상 속에서 아픔을 가진 누군가를 본다면, 말 대신 가득한 마음으로 그 사람을 대접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벅차올랐으니 말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밖에서 볼 때면 모두 잘나고 건강하고, 나만 아픈 경험에 사로잡혀 어둠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는데, 모두들 말하지 못한 아픔이 있었던 것이었다. 각자의 아픔을 지니고 살면서 아닌 척, 괜찮은 척, 건강한 척 감추고 서로를 만났을 장면이 떠올라 그들도 나도 애틋했다.

내 이야기에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여주는 좋은 조원들을 만나 행운이었다. 조원들이 눈을 맞춰주지 않았다면 내 아픔을 스스럼없이 꺼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 내 앞에 치유활동가들이 앉아있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치유활동가들의 역할 때문에 아마 나는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거나 내 행동을 제약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도, 나는 참 좋은 조원들을 만났다. 

5, 6회 차에 진행된 사연 시연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고 눈물 흘려주고 위로해 주던 감정은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맘프로젝트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치유하는 수평적 구조라 한다.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 구조가 머리로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런데 나는, 내 마음은 이미 그 사랑과 이름 모를 감정에 충분히 적셔졌다. 그래서 내 마음은 믿는다. 치유자는 멀리 있지 않다고. 우리가 서로를 위로해 주고 서로의 엄마가 되어 줄 수 있다고. 나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싶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맘프로젝트의 사랑과 수고에 정말 감사하다.

글 :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알바상담소편 장유정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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