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고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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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침착해 보이는 남성 소방관이 머뭇거리다가 앞으로 나왔습니다. 다른 소방관이 보낸 사연을 읽었습니다. 눈으로 읽을 때에도 감정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연을 소리 내서 읽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떨리더리 더 이상 읽지 못했습니다. 놀라 그분 얼굴을 보니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진정 하고 다시 사연을 읽어 내려갔지만, 여러 차례 끊어졌다 이어지곤 했습니다. 어렵게 사연을 보내신 분은 그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내 이야기를 읽기만 했는데 그 이야기에 공감이 되어 눈물을 흘린 동료를 바라보면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요?

프로그램이 진행된 다음 날, 어떤 소방관이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나와 같은 고민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공감을 얻고 갑니다. 의미 있는 프로그램 운영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분명 도움이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나누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사전에 메일을 보내고 문자로 인사하면서 거리감을 좁혀보려 하지만 한 번의 만남에서 속 깊은 얘기를 끌어 올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요. 

처음에는 ‘왜 이런 얘기를 시키지?’ 하는 분위기에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입을 열면서 “나도 그렇다”, “힘들다”를 말하기 시작하면 봇물 터지듯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럴 땐 ‘치유의 공기란 이런 거구나’를 온몸으로 느끼며 긴장하고 불안했던 제 맘도 잔잔해 집니다. 하지만 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상처를 내어놓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현장이 늘 죽음과 가까이 있다면 어떤 마음을 품게 될까요? 감정이 무뎌져 죽음의 현장에서도 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본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사실 저는 소방관들을 만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강한 방어벽 혹은 한없이 무너져가는 상처에 대해 조금이나마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소방관은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마이크만 잡으면 눈물을 흘리고 했습니다. 또 다른 소방관은 죽음의 현장에서 느끼는 생생한 긴장과 절망감을 얘기하고 있는데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너무나 덤덤한 목소리로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 번째 분이 더 안쓰러웠습니다. 사람인데, 사람의 감정은 요동을 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걸 전혀 느끼지 못한다니 너무 서글픈 일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 사회가, 그런 감정을 나약하게 여기고, 터부시해 오지 않았나, 그래서 감정 마비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렇게 살다가 어느 한순간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소방공무원을 위한 우리편을 진행했습니다. 진행을 하고 가장 크게 느꼈던 아쉬움은 일회성 프로그램의 한계입니다. 무언가 분출할 것 같은 시점에 다가갔는데 프로그램은 끝나버립니다.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꾸준한 마음 돌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목숨을 구하고, 위기상황에 자신을 내던지는 소방관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가 될 것입니다. 

글 :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홍윤경 치유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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