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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포스터 하나가 붙었습니다. ‘돌봄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돌봄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육아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생명체가 하나 탄생했다는 사실 뒤로 끝도 없이 따라오던 육체적인 노동과 버겁던 마음들이 엄청났었습니다. 육아를 하며 고립되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함께 나누고 또 이제는 치매나 노환인 부모들을 돌보는 일에 매달려야 하는 이 즈음의 마음을 나누고 싶어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그 모임에 참여하며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육아의 문제가 오롯이 엄마들의 책임으로만 간주되고, 직장 맘들의 고충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에서 직장 맘들을 위한 우리편을 진행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너무나 반갑고 기대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여자 분들께 직장생활을 하며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힘들었던 마음의 이야기들을 보내달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날짜가 다가와도 단 한 편의 사연도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어려운 마음을 글로 써 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 아니라 직장 생활하며 꼭 이수해야 하는 연수교육의 하나로 진행되는 것이니까 사연 보내기가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드디어 프로그램을 하는 날, 환영하는 마음을 담아 유리 수반에 화사한 꽃을 띄워 아늑하게 준비하고, 참여자들과 반원을 그리며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마중물 이야기를 함께 보고 참여자들께 사연을 쓰는 시간을 드렸습니다. 잔잔히 음악이 흐르자 사각사각 연필로 자신의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기 시작하셨습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써주신 이야기들은 제가 살아오며 수십 번은 겪어온 마음들이고 수도 없이 고민하고 화나고 슬펐던 그런 엄마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사연을 시작하니 “내가 써낸 게 아닌데 내 이야기인줄 알았다.”, “정말 저도 딱 저 마음이에요.”,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라는 이야기들이 쏟아졌습니다. 그 동안 혼자서만 감당해야 하는 일들에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그리고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그런 것 때문에 또 얼마나 자신을 책망했는지... 각각의 상황은 달라도 우리의 마음은 하나 같았습니다. 시연자를 꼭 안아주시는 참여자와 함께 ‘이미 충분하고 다 괜찮다’는 우리 모두의 위로를 서로서로 보태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났는데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우는 참여자 분이 계셨습니다. “왜 이렇게 우는지 모르겠어요. 힘들다고 생각 안 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네요.”라고 말씀하시는 그 분께 “그렇지요. 그런 날도 있더라구요. 그 동안 정말 애 많이 쓰셨어요!” 라고 토닥이며 가만히 안아드렸습니다. 한동안 우리는 말을 잃었습니다. 가만히 안고만 있어도 서로의 마음을 다 알 것 같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문을 나서는 그의 등을 마음으로 한번 더 쓸어주었습니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해보니 다 이렇게 힘든 거였군요.”, “너무 혼자서만 짐을 지지 않고 남편과 의논하며 육아를 해야겠어요.”, “꼭 내 시간을 가지겠어요.”, “연수라고 해서 그냥 연수인 줄 알았는데 마음을 나누니 너무 좋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솔한 속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을 주는지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우리에겐 엄마가 필요합니다.

 

글 :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박현희 치유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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