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고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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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이하 맘프)’ 프로그램은 천천히 자신과 타인의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을 훈련한다. 처음 본 사람들과 마음을 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차려준 맛있는 밥을 함께 하고, 내 마음속의 어떤 상황을 말하고, 그때의 나를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 집중할수록 상대가 경험한 일과 내 일은 기묘하게 겹치고, 그 당시 상황과 나의 상황이 겹친다. 나도 저랬었고 우리 모두 괴로웠을 수 있다.

 

작년 맘프에 참여하고 나서 다시 일상에 쫓겨 사는 나에게, 올해 진행 치유활동가를 해줄 수 없겠냐는 연락이 왔다. 말주변도 별로 없고 사실 내 할 일하느라 정신없이 사는데 무언가 더 신경 쓸 일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았다. 선뜻 활동하기로 하고 진행하기 위한 준비 시간을 가졌다. 함께 할 치유활동가 선생님들도 만나고, 참가하는 분들도 만나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 

 

시민이 서로 참여해 가며 만드는 과정이라 진행 매뉴얼이 잘 되어 있어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매번 모둠별 진행은 어떨지, 사람들이 못 와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은 계속 쓰였다. 인원이 예상치를 밑돌아 주변 지인들에게 권유했었지만 평일 저녁 7시 시작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많았다.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많은 대한민국이 아쉬웠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분들과 계속해서 좋은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듣고, 너무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할 때는 한두 번 방향에 대해 다시 말해주며 분위기를 바꿔 보려 신경썼다. 

 

당연히 사람이다 보니 모두 다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성소수자라고 해서 바로 나의 상처와 감정에 대해 쉬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지향점으로 인해 내가 무언가를 말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자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가족들에게도 나는 아직 나의 무언가를 말하는 게 걸림돌이니까. 솔직해지는 그때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답답한 것도 사실이지만, 누구나 다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거니까.

 

함께 맘프 활동을 하며 중요하게 드러난 생각이 ‘공감’이다.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아픔을 말해 보고, 그 당시에 아파했던 나의 감정을 바라보고 토닥이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 맘프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한다. 굳이 위로하지 않아도, 감정을 공유하는 것으로도 사실 충분하다. 진짜 위로는 자신의 마음에게 자신만이 할 수 있을 테니까.

 

6주는 짧은 기간이고,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진 못할 것 같다. 여전히 회사일은 짜증스러운 일들로 가득하고, 가족과의 관계는 지지부진하고, 연애는 자꾸 실패하고, 애꿎은 나이만 자꾸 들어간다. 그렇지만 따뜻하고 맛있던 밥을 함께 먹고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소박하게 나누는 일은 계속 반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금빛으로 바꾸는 건 결국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글 :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치유활동가 Yc Park

  • 종로2기임지화 2016.10.20 16:35

    맛있던 밥을 함께 먹으며 서로의 감정과 경험을 나누겠다는 글에서 맘프로젝트의 일부 '밥상' 힘을 가늠하게 됩니다. 자신을 토닥여주는 일도, 자신의 시간을 금빛으로 바꾸는 것도 결국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저도 맘프로젝트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님의 글에 전적으로 공감입니다. 활동가로서의 약간의 어려움도 마찬가지고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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